Pages

Wednesday, September 6, 2023

Vim IDE로의 여행. 그리고 내가 배운 것

좀 늦었습니다만, 만으로 한달만에 Vim의 개발자인 Bram Moolenaar가 타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위대한 텍스트 편집기의 개발자였던 그를 기억합니다. 편히 잠드시길.

그 여파인가......는 모르곘습니다만, 한 며칠정도를 Vim을 IDE화하는 작업에 쏟아붓고, 개인적으로 개발하던 프로젝트에 이를 적용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 시도라 그런지 결과는 꽤나 만족스러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Vim을 IDE로 사용하는 것은 보류하고, 기존에 쓰던 Visual Studio Code(이하 VS Code)를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인즉슨:

  1. 커스터마이징에 손이 너무 많이 갑니다. 플러그인끼리의 충돌이 큽니다. VS Code에서는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기능들조차 플러그인으로 적용해야 되는데, 이렇게 플러그인들이 쌓이다 보면 자기들끼리 설정을 변경하다가 충돌해서 프로그램이 오동작하는 경우가 꽤 생깁니다
  2.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 VS Code도 95% 이상의 동작을 마우스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축키도 단축키이거니와, command pallette는 폼으로 있는게 아닐 뿐더러, fuzzy search까지 지원합니다. 요컨데, Vim의 "우리는 마우스 필요 없음!"이라는 주장이 VS Code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Vim을 IDE로 만들면서 VS Code와 유사하게 만들려고 시도를 하고 있더군요. behave mswin은 기본이고, 탭 이동이라던가, 파일 탐색기라던가 해서 진짜로 VS Code처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럴거면 그냥 VS Code 쓰고 말지 뭐하러 어렵게 Vim을 쓸까 하는 자괴감이 왔습니다.

제 생각에, Vim이 강점을 가지는 부분은 텍스트의 입력보다는 편집입니다. da", di', dt(같은 명령어라던가, O와 o의 차이라던가 하는 부분들이 있죠. 그리고 이건 modal editor가 가지는 필연적인 장점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텍스트 편집을 위한 전용 모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편집에 강점을 가지죠. 그런데...... 저같은 경우 텍스트의 편집보다는 단순 입력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습니다. 그리고 그 때 필요한 기능은 잘해봐야 자동완성 정도에요. Vim이 대단한 편집기인건 맞습니다만, 제 use case만 놓고 보면그 모든 기능 중 상당수는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한달에 한두번 쓰면 많이 쓸 것 같은 기능을 위해서 normal mode와 insert mode를 왔다갔다하면서 불편함을 감수하는건 주객이 전도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요컨데, Vim은 대단한 편집기이긴 하지만, 제 사용 성향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Reddit의 누군가가 "VS Code와 Vim은 누가 더 낫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다를 뿐이야. 다른 성향의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 뿐이라고"라고 말한게 잊혀지지 않는군요.

Vim heavy user 여러분, 만일 이 글을 보신다면 노여워하지 마시고, 그냥 "모든 사람에게 다 꼭 맞는 셔츠따위는 없다"는 오래된 격언의 적용 사례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happy Vimming!

P.S:

다만, VS Code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Javascript 기반)로 인해 비교적 성능이 떨어지는 부분은 확실히 불만이 있습니다. Vim이 그런 의미에선 좀 더 낫긴 하지만, Vimscript 또한 스크립트 기반인걸 생각해보면 어떤 측면에서는 돗진이 갯진인지라......

관련해서 VS Code의 대체품을 찾던 중, Lapce라는, 아직 pre-alpha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프로젝트를 발견했습니다(https://lapce.dev/). 기회가 되면 추후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포스팅해 보도록 하지요.

No comments:

Post a Comment